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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재단 청년기자단 1기 윤보성 기자

사건개요

2022년 2월 24일, 충북 보은군 소재 플라스틱 기계 제조업체 ㈜우진플라임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5톤가량의 탈사기 안착 작업을 수행하던 중, 탈사기에 머리가 협착되어 중상을 입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2월 28일 결국 숨졌다.
탈사장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모래 등의 불순물을 털어내는 기계다. 이것이 고장나자 우진플라임의 주조팀장은 하청업체에 작업을 지시했다. 이에 피해자와 하청업체 사업주는 당일 오전 탈사기를 9시경 하판에서 분리하여 수리했다. 이후 5톤가량의 중량물인 탈사기를 천장 크레인에 매달고, 작업자가 그 아래로 들어가 전선을 삽입하는 위험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하청업체 사업주는 피해자와 함께 탈사기 바로 아래에서 무선 리모콘으로 크레인을 조작했다. 이때 크레인 조작 실수로 인해 피해자가 탈사기에 깔린 것이다.

재판결과

판결일시: 2024년 9월 10일(1심)

원청 우진플라임
법인 벌금 1억 원
대표이사 벌금 3천만 원
주조팀장 금고 6월(집행유예 2년)
공장장 징역 6월(집행유예 2년)
하청업체
대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

사건 주요 지점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은 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무거운 물체를 운반하거나 설치하는 작업을 할 때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동시에 작업절차와 위험요소, 대응 방안을 문서로 남길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진플라임에서 ‘탈사기 안착 작업’은 매년 반복되었음에도 단 한 차례도 작업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위험 요소를 분석·기록한 사전조사 역시 전무했다.
또한 크레인 작업 시 작업자와 조작자를 분리하고, 작업지휘자와 신호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크레인을 조작한 하청업체 사업주는 조작과 동시에 전선 연결 작업까지 수행하고 있었다. 작업지휘자나 신호수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례적 사고” 원청의 책임 떠넘기기

우진플라임측은 하청업체 측의 오조작이라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례적으로 발생한 사고라며 책임을 부정했다. 그러나 탈사기 바로 아래서 크레인을 조종한 결정적인 원인은 작업지휘자가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론적으로, 작업 방식 자체가 위험하고 위법했다는 것이다. 법정에서 해당 탈사기의 납품업체 대표는 “탈사기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전선을 연결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법원도 원청인 우진플라임측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작업을 중단하거나 개선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이 안전조치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의의와 한계

형식적인 ‘중대재해예방팀’, 법원 인정 안 했다

우진프라임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 ‘중대재해예방팀’을 구성했지만, 실질적으로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아니었다. ‘생산관리’ 등 안전확보와는 무관한 업무를 겸직했던데다, 작업 과정 위험성 평가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은 우진프라임이 중처법상 안전확보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다. 실효성 없이 형식적으로 꾸려진 안전보건 전담조직은 인정되지 않음을 보여준 판례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잘못 아니라더니···“피해자 잘못도 상당하다”

법원은 안전관리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건의 발생에 피해자가 안전 구역 밖으로 몸을 옮긴 잘못이 기여한 바가 상당하다”라고 덧붙였으며, 유족과 합의하였고 “안전 확보에 힘쓸 것을 다짐한 것이 인정된다”고도 적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개월만에 벌어진 사고인데다, 피고인들이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기까지 하므로 형을 줄인다고 끝을 맺었다.
그 모든 과실이 인정되었음에도 실형을 선고받은 이가 없다는 것은, 결코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볼 수 없다. 특히나 “협소한 안전구역 바깥에 있음을 돌발행동이라 볼 순 없다”라고 판단하였음에도, 양형 이유 대목에서는 “안전구역 밖으로 몸을 옮긴 과실이 있다”라는 사측의 입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안전 구역’은 탈사기 양측 가장자리의 좁은 구간에 불과했다. 몸을 피할만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잘못이 상당하다”며 피해자에게 과실을 떠넘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