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사건개요

철근 맞아 사망한 하청노동자

2022년 3월, 고양시 상가 신축 공사현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크레인에서 약 190kg의 철근이 떨어졌고, 이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것이다. 중량물을 단단히 고정하지 않고 한줄로 철근을 인양하다가 발생한 사고다. 이 사건으로 건륭건설 전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원하청 현장소장, 철근 작업반장과 크레인 운전기사가 재판을 받았다.

재판결과

2023년 10월 진행된 1심에서는 다음과 같이 선고되었다.

현장소장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원청 건륭건설
법인 벌금 2천만 원
전 대표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3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현장소장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하청업체 A
법인 벌금 1천 5백만 원
대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사건 및 재판 주요지점

또 한 줄로 묶은 철근이 풀렸다

원청은 “안전보건 전문가와 컨설팅,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또 상반기에 위험성 평가를 두 차례 실시하며 평가표를 작성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건륭건설이 사업장 안전을 위해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절차,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기준을 마련하거나 도급업체의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 “원청인 건륭건설은 안전보건 관련 전문가와 컨설팅 및 자문계약을 체결해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매뉴얼을 만들고 초청 강연과 자문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는 일반적인 공사현장에서 지켜야 할 매뉴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건륭건설의 특성에 따라 안전보건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평가표에서 지적된 ‘한 줄 걸이 작업’ 등 위험 요인을 확인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았던 점을 짚었다. 덧붙여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가 “평가기준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진술하며 건륭건설이 주장한 것과 같이 이를 안전보건 경영 시스템 매뉴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미와 한계

형식이 아닌 실질적 안전

이 사건에서 원하청은 사업장 안전보건을 위해 노력했으며, 매뉴얼을 갖추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전보건조치가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하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 안전조치가 방패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노동자들이 참여해 실제 현장의 위험을 찾고, 그에 맞는 평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된 바와 같이 안전한 일터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죽은 사람은 있지만, 처벌은 없다

이 사건은 2022년 11월에 기소되어 약 1년만에 1심을 마쳤다. 재판부는 원하청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안전조치의무 불이행, 업무상 과실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과실을 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일부 피고인이 유족과 합의했다는 점,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는 점,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재판이 선고되면서 나오는 판결 대부분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참작 사유로 들고 있다. 낮은 처벌은 결국 안전을 후순위로 두게 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미를 후퇴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가 없다며, 처벌 완화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무의미하다.

함께 보면 좋을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