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홍정운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10월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이물질 제거 작업을 위해 잠수하다 숨진 고 홍정운 님을 애도합니다. 우리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하 다시는)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현장실습을 하러 간 청소년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명을 발표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홍정운 님이 죽기까지 업체의 여러 불법행위가 있었습니다. 잠수자격증이 없는데도 잠수를 시켰고, 잠수는 현장실습협약에 명시된 업무도 아니었으며, 위험작업이므로 2인 1조 근무여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습니다.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현장실습은 야간근무 및 휴일근무가 제한되어 있음에도 주말에도 일했고 대체휴무일에도 일했다고 합니다. 유족과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아침 8시에 나가서 저녁 10시가 돼야 집에 돌아왔고” “요트를 타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리는 일요일 등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혼자 운항 업무까지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디에 학습이 있습니까. 업주에게 현장실습생은 값싸고 말 잘 듣는 인력일 뿐이었습니다. 이렇듯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죽음의 현장으로 내모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말 그대로 청소년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공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히 현장실습제도의 개선을 자초시킨 데에는 교육부의 책임이 큽니다. 2018년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으로 나아지려는 조치를 했다가 이를 후퇴시키는 조치를 2019년에 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실습 기업을 선정하는 절차인 현장실사를 위한 기업방문 횟수를 4회에 2회 정도로 줄이는 등 참여기업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골몰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산재사망은 업체의 규모와 무관하게 일어남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도 받지 않는 모순된 현실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다시는 동일한 죽음이 반복돼선 안 되기에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주를 처벌하여 재발을 방지하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처럼 홍정운 님이 무참하게 죽어간 원인에 기업주의 책임이 큼에도 적용조차 되지 않는 현행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합니다. 영세사업주 보호라는 이름으로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생명은 동일하게 존엄합니다.
고 홍정운님의 죽음을 계기로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산업체파견형 현장실습제도’를 중단하고 청소년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근본부터 다시 세워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가족을 먼저 보내고 쓸쓸함과 애통함으로 잠 못 이룰 유족과 친구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1년 10월 19일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