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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노동자 3명 사망

2022년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서 석재 채취를 위한 천공(구멍 뚫기) 작업 중 30만 제곱미터의 토사가 붕괴됐다. 이 사고로 토사에 매몰된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정기훈기자

사건 주요 지점

예견된 사고, 기업은 책임 회피에 급급

삼표산업은 건설기초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채석장에서 골재(자갈, 모래 등)를 채취하는데, 양주사업소 채석장에 더 이상 암반이 없자 부대시설 용지에 채석 허가를 받았다. 원래 부대시설 용지에는 골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석분(돌가루) 등 슬러지(찌꺼기)를 쌓아두었다. 이곳은 무너질 위험이 있을 정도로 지반이 약했다고 한다. 사고 이전부터 트럭이 흙더미 위에서 뒤집히거나 비탈면에 금이 가고 인근 토사가 무너져 내리는 등 여러 사고가 있어 본사에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표산업은 계속해서 골재를 채취했고, 사고 직전에도 하루 목표량을 초과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위험 신호를 무시한 채 생산에만 집중한 것이 결국 중대재해를 초래했다.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발표했던 삼표는 뒤에서 사고를 덮기에 급급했다. 삼표산업 대표이사 이종신은 본사와 현장사무소에 남아있는 증거를 인멸하고 직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지시했다. 현장 사진을 삭제하고 작업자 안전 교육 관련 서류도 조작하려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1년 2개월 만에 삼표그룹 회장 기소

사고 발생 4개월 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삼표산업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 이종신과 양주사업소 소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동안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민주노총,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등 노동계의 요구와 투쟁이 있었다. 이를 통해 뒤늦게나마 삼표그룹 회장을 기소할 수 있었다. 이종신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6명은 산업안전보건법·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현장 실무자 4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정도원 회장은 (주)삼표 지분의 65.99%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아들인 삼표시멘트 정대현 사장이 11.34%, 정사장이 최대 주주인 에스피네이처가 19.4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삼표산업은 (주)삼표가 98.25%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정회장이 지배하는 구조다.

삼표산업의 임원은 삼표그룹에 경영 관련 사항을 보고했다. 보고에는 신규 채석단지를 허가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니, 부대시설에서 바로 골재를 채취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회장은 30년간 채석 산업에 종사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현장에 일부 슬러지를 이적하고 하부를 채석하라고 지시하는 등 작업 방식을 직접 결정했다. 사고 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안전보건업무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해당 사업을 총괄하며 실질적으로 최종 권한을 행사한 것은 정회장이다.

진짜 책임자가 책임지도록

삼표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안전경영책임자를 선임했다. 기업들은 월급 사장이나 안전보건최고책임자 등을 내세워 중대재해와 관련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삼표산업도 이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형식적 직함이 아니라 실제 권한 있는 사람, 정도원 회장을 책임자로 드러냈다. 이는 법 시행 취지에 비춰 의미 있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고, 삼표그룹 회장을 기소하기까지 무려 1년 2개월이 걸렸다. 기소 이후 현재(2023년 10월)까지 진전된 바가 없다. 중대재해는 반복되는데 기소되는 건 5%도 안 된다. 그마저도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 이후 삼표산업 소속 전국 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시행했다. 중대재해와 직결되는 위험요인,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현황을 살폈는데 무려 103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모든 사업장에서 기본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고 안전보건관리체제가 없었다. 안전을 경시하는 기업 전반의 문제가 확인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개선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등 후속 점검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한편, 2023년 7월 삼표산업이 (주)삼표를 흡수합병하고, 삼표산업의 대표를 교체했다. 삼표그룹은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합병하는 것이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경영 승계, 정도원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재판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