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전제하지 않으면 죽음을 막지 못한다>
오늘 오전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죽고, 4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되었다. 6명의 실종자는 2월 8일, 사고발생 28일 만에 마지막 실종자까지 사망상태로 수습되었다.
그 사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토사가 붕괴되어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업장이니 아니니 논란이 벌어지는 사이, 2월 8일 판교 건물신축 공사현장에서 2명이 추락사고로 숨졌다. 그리고 오늘 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공포감을 불어넣던 대형로펌과 경영계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사회적 바람대로 현장을 점검하고 예방하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발생한 죽음에 대한 방어만 하고 있다.
2월 10일,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의외주화 중단’을 외쳤던 마음처럼 사법부는 김용균의 작업은 위험했고 위험한 방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인1조를 하지 않은 것, 방호장치조차 없었던 것, 기계를 멈추지 못하고 점검하게 한 것이 김용균의 죽음과 상관관계가 있다고도 했다. 인력 배치, 예산권, 설비소유권은 원청에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원청 대표이사는 무죄였고 원청 책임자들과 하청 책임자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인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이런 사법부의 태도는 노동자의 죽음에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 경영책임자를 양산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는 것만으로 위험요소가 없어지지 않고 개선되지 않는다.
산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안전조치와 고용구조를 바꿀 권한이 있는 경영책임자들의 생각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아서다.
그런 법인과 결정권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기관들은 여전히 미온적이어서다.
법은 존재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되어야 힘을 발휘하고 잘못된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는 주체는 노동부, 경찰, 사법부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냈던 노동자 시민들은 법 적용 과정에 배제되어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도, 죽음의 이유와 진실을 알고 싶은 피해가족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의 죽음이 원청․하청의 결정권자와 실무자들이 각자의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이유라고 말한 사법부가 실제로는 누구도 실형처벌을 하지 않는 현실이 앞으로도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김용균재판에서 본 사법부의 태도는 “죄는 있으나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미 삼표산업 역시 대형 로펌과 합심하여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잘못된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왜곡되어 적용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피해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수사를 하느냐, 경영책임자의 위치를 고려하여 수사하느냐는 엄청난 차이다. 수사의 시작은 피해자의 위치여야 한다.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적극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수사하겠다는 노동부의 말이 말뿐이 아니길 바란다.
연이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참담한 마음을 가지며, 김용균재단은 앞으로도 이 죽음들을 막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여천NCC 사고 피해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추모와 위로를 보냅니다.
2022년 2월 11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