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철강
사망사건

정안철강 소속의 59세 노동자가 2022년 9월 15일, 강관 생산설비로 투입되는 띠모양의 긴 철판인 띠강에 허벅지를 베여 병원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하지열상 및 혈관 손상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목숨을 잃었다. 이 노동자는 화장실에 갔다가 작업장소로 돌아오기 위해 띠강을 넘으려다 뒤로 넘어져 허벅지를 베였는데, 당시 띠강은 초속 3.6미터의 속도로 공급기에 투입되고 있었다.

산안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작업장으로 통하는 장소 또는 작업장 내에 노동자가 사용할 통로를 설치하여야 하고, 노동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 울, 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정안철강 대구공장의 강관 생산공정의 작업자들은 평소에도 밸브조절, 용변, 흡연, 캐비넷 이용 등을 위해 작업장소에서부터 설비 건너편으로 이동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별도의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수시로 초속 3.6m의 속도로 투입되는 띠강 위를 넘어다니거나 아래로 지나다녀왔다.

또한 2022년부터 수차례 산업안전기술원으로부터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술지도를 받았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작업에 대한 점검 및 조치,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안철강 사건은 사고가 발생한 지 10개월 만에 기소가 되었지만 1심 선고는 2023년 7월 27일 검찰이 해당 사건을 기소한 지 약 세 달 만인 11월 10일에 내려졌다. 첫 공판일인 8월 12일에 바로 검사 구형이 있었는데, 정안철강 측이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판결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안철강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유해위험요인에 대해 파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대표이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법인 역시 고작 7,000만원의 벌금으로 끝났다. 재판부는 감형이유로, 피고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유족과 합의했으며, 사고 발생 후 통로를 설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대표이사 A씨가 동종범죄로 처발받은 전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줄지 않고 있는 산업재해와 사회적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중처법으로 기소 된 22번째 사건이며, 9호 선고인 정안철강 중대재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안철강은 사고 당시 1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는, 설립된지 40여년이 된 중견기업인데 통행로나 건널다리와 같은 조금만 신경써도 설치할 수 있는 안전보건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