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개요
공사 현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2022년 5월 14일,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노동자 A씨가 사망했다. A씨는 개구부를 통해 1층에서부터 6층으로 ‘고정앵글(총 94.2kg의 철근)’을 인양하고 있었다. 도르래에 한 줄로 묶어 올리던 중 ‘고정앵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100kg에 달하는 철근이 떨어지며 생긴 반동으로 인해 A씨도 추락,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원청 온유파트너스 법인과 대표이사, 현장소장, 안전관리자, 원청에게 철골 및 데크플레이트 공사를 도급받은 하청 아이콘이앤씨 법인과 현장소장이 기소됐다.
재판결과
경영책임자가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원청 온유파트너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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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 벌금 3천만 원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
대표이사 |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3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
현장소장 | 징역 8월(집행유예 2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
안전관리자 | 벌금 5백만 원 업무상과실치사 |
하청 아이콘이앤씨 | |
법인 | 벌금 1천만 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 |
현장소장 | 징역 8월(집행유예 2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
온유파트너스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선고된 사건이다. 재판부는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인정하며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하청 현장 책임자인 현장소장은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건 및 재판 주요지점
“경영책임자는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제3자에게 도급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판결문 中
원청 경영책임자는 하청 사업장에 대해서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온유파트너스 경영책임자는 어떠한 안전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이에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아 종사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했다.” 고 원청과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밝혔다.
“사업주는 공사 현장에서 중량물을 취급할 때,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와 물체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철근 조립 등의 작업을 할 때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판결문 中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앵글 작업팀이 임의로 작업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안전 난간이나 추락 방호망, 안전대, 안전대 부착 설비도 없었다. 심지어 안전난간 철거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추락 방호망이나 안전대 부착 설비를 설치, 안전대를 지급하지 않았다. 양중기로 철근을 운반할 경우에는 두 군데 이상을 묶어 수평으로 운반해야 함에도 한 줄로 묶어 기울어진 상태로 인양하는 것을 방치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추락 등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동시에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았다.
그 외에도 원청 현장소장이 ① 인화성 가스 등 위험물질을 작업장 외의 장소에 별도로 보관 ② 누전에 의한 감전 방지를 위해 전기 기계·기구의 금속제 외함 접지 ③ 작업장으로 통하는 장소, 작업장 내에 근로자가 사용할 안전한 통로 설치·유지 ④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안전난간 등 방호조치를 튼튼하게 설치 ⑤ 이동식비계를 조립해 작업할 때 전도 방지를 위해 바퀴 고정, 지지대 설치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결과의 의미 및 한계
경영책임자의 책임은 인정하지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건 가혹해?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따라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고사망에 원청 대표의 책임을 묻게 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원청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자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한 것이 어떻게 ‘노동자 사망’이라는 결과와 연결되는지 논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영책임자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사고 위험을 확인하거나 개선할 수 없었다는 점, 또 사고 발생 시 그에 따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연결해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현저히 낮다.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처벌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모든 사고의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사망하게 된 것은 A씨를 비롯한 건설 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했던 안전난간의 인위적 철거 등 관행도 일부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책임을 물었다. 비용 절약을 위해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빠른 업무 수행이 강요된다는 점, 그로 인해 안전보다 속도, 편의를 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 이러한 관행이 형성되어온 배경을 살피지 않은 것이다.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로금을 지급한 점(하청 아이콘이앤씨 보험 약 1억 8천만 원, 5천만 원, 원청 1억 원),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재방 방지를 다짐하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있다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전력이 없다는 점도 감형 사유가 되었다.
특히 책임이 무거운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으나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피고인도 모두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1심 판결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