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사인 삼표시멘트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엄중히 처벌할 때만이 기업에 의한 살인을 막을 수 있다!
삼표시멘트 비정규노동자의 죽음에 부쳐-우연한 사고는 없다
지난 5월 13일 오전 11시경 또 한 명의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사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고인은 강원도 삼척시의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노동자였습니다. 고인은 폐합성수지를 시멘트 소성로로 보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2인 1조 작업이 안돼서, 혼자 점검업무를 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후 2시간여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고 김용균의 죽음과 너무도 비슷합니다.
원래 2인1조 작업이지만 혼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정규직인 다른 노동자도 컨베이어 벨트 점검 수리 업무를 하다가 소통이 되지 않아 벨트가 갑자기 가동돼 비슷한 사고를 당할 뻔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만큼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위험한 공정인데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회사는 라인을 가동시키기에만 급급했던 것입니다.
고인이 일하던 6호기와 바로 옆의 7호기는 30년 이상 된 설비로 조명도 어둡고 계단, 통로 등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불에 잘 타는 합성수지와 먼지가 많고 공정 특성상 열이 많이 발생하여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고위험 현장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하청업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사고 직후 6호기는 작업이 중지되었지만 바로 옆 7호기는 6호기와 똑같은 작업공정인데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작업이 재개되었습니다. 하룻밤 사이 바뀐 것은 없는데 어떤 근거로 작업중지 명령이 해제되었을까요? 올 1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산안법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해당 작업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대해서 작업중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작업중지를 해제 할 때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절차를 밞아야 함에도 이런 과정도 없었습니다.
김용균의 죽음과 이어진 투쟁으로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의 책임이 확대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 죽음의 행렬은 우리의 일터가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지 며칠이 지났지만 사고의 책임자인 원청사 삼표시멘트는 어떤 반성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그 일터에서 죽어갔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고인이 일하던 현장을 직접 확인할 권리가 있으나 그조차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동료들 역시 동료가 일하다 죽어간 바로 옆 현장에서 그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고조사를 위해서는 유가족과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참여한 현장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삼표시멘트는 즉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 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다시는 어떤 노동자도 그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도록 노동부는 노동자들과 유가족이 참여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합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충분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작업이 재개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노동자의 목숨과 맞바꾼 기업의 이윤을 이유로 어물쩡 작업중지를 풀어주고, 적당히 산안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실무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준의 관행대로 사고처리를 계속한다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김용균재단은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기 위한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2020년 5월 18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