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제도개선 권고에 대한 노동부 답변에 대해
위험의 외주화는 지금 당장 멈춰져야 한다!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인권증진을 위한 조치를 미루는 고용노동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산재사망사고는 불가능할 거 같았던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시켰지만, 안타까운 죽음으로 개정시킨 산업안전보건법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개정되었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한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10월 22일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안전과 기본적인 노동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몇 가지 권고를 냈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답변을 받은 인권위는 지난 3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기업이 필요한 노동자를 직접 채용하여 작업을 시키지 않고, 이익은 취하면서 노동법상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의 간접고용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죽음, 노동법의 기본권리 박탈의 결과를 낳고 있다.
그래서 인권위는 도급금지 작업이라도 확대하라고 했지만, 노동부는 실질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해도 사업주나 사업체는 처벌을 피하고 현장관리자만 벌금을 받거나 형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다수이다. 엄정한 처벌과 지도감독으로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처벌의 하한선을 마련하자고 했으나 하한선은 마련되지 않았다. 대신 노동부는 이전보다 벌금액수와 처벌기간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개선이 됐다고 답변했다.
ILO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해왔고 인권위에서도 계속 권고했던 사안에 대해서 노동부는 사실상 거부했다. 실제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이 의무적으로 단체교섭을 하고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확대하면서 실질적인 사용자의 개념을 넓히는 것이 그 권고였다.
권고사항 중 노동부가 수용한 것은 근로감독관을 충원하고 수사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조치하겠다는 것과 원하청 산재통합관리제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하청 산재통합관리제도는 당장 모든 업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업종별로 사망사고 추이나 관리가능성, 도급비율을 보면서 확대하겠다는 답변이라 사실상 사망사고가 많이 나면 원하청통합관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의 핵심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안전증진을 위한 제도를 만들라는 것이다.
지금도 위험의 외주화라는 과정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그 고리를 끊어내고 책임져야 할 원청이 제대로 책임져야 한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비슷한 죽음들이 이어지고 있고 그때마다 우리는 다시 김용균의 죽음을 소환해왔다. 그러나 현행법에 의하면, 노동부의 입장에 의하면 고 김용균도, 구의역 김군의 죽음도 막을 수가 없다.
정부는 김용균특조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여전히 간접고용노동자의 위치로 발암물질을 흡입하며 일을 하고 있다. 현대제철에서 벌어진 일처럼 도급이 금지된 업무는 간접고용을 내보내고 또 다른 꼼수 비정규직 채용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CJB청주방송에서 일했던 고 이재학피디는 CJB청주방송 정규직처럼 CJB청주방송 행정업무도 하고 지자체를 만나서 CJB청주방송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형식상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고 이재학피디는 안전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었다면, 불법파견이 제대로 확인되었다면, 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화하는 원칙이 있었다면 고 이재학피디는 오늘 저녁을 맞이했을 것이다.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안전 제도의 강화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요구이다.
지금 고용노동부의 답변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묵인하고 방치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020년 3월 12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