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도 노동자이고 안전할 권리가 있다.
대학생 현장실습생들이
안전과 임금을 도둑질당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대학 3학년 재학 중 해외실습을 위해 실습기관사로 승선한 현장실습생이 출항한 지 5일 만에 열사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로 쓰러졌다는 신고가 되었지만 그는 결국 숨졌다.
선박 내의 작업환경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7년도에도 비슷한 죽음이 있었다.
16만명의 대학생 현장실습생들은 열정페이, 학점페이라는 말로 표현되듯이 권리없음이 당연한 것처럼 내몰려있다.
대학생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운영규정과 매뉴얼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규정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
특성화고에서 산업체파견현장실습을 보낼 때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이 임금체불, 저임금, 장시간노동, 직장폭력, 갑질 등이다. 대학생 현장실습생들도 마찬가지다.
2015년, 2016년 2년 동안 현장실습을 이수한 대학생 3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습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경우가 58.1%였다. 2018년 조사에서는 2017년 현장실습 이수자들 중 5만8105명(37.9%)이 무급으로 일했고 2만5531명(16.7%)은 30만원 미만의 실습지원비를 받았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나마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좋아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2019년 7월 서울반도체에서 벌어진 방사능 피폭 사고에도 대학생 현장실습생이 있었다. 그는 방사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교육받지 못한 채, 회사가 시킨 대로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작업하느라 방사능에 피폭되었다. 실습을 위해 출근한 첫날부터 10시간 이상씩 근무를 했고 손가락이 마비되고 홍반이 나타나서 통증을 호소하였다. 지금 그는 기준치의 5천배에 가까운 방사능 피폭 수치를 보이며 그 고통을 오롯이 감당해내고 있다. 지금 나타나는 증상만이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알 수 없는 증상이 그를 더 고통스럽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현장실습생으로 갔지만 그는 단순작업을 하는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당했을 뿐이었다.
한 청년의 삶을 뒤흔든 노동안전사고였지만 지난 12월에 서울반도체는 4,05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행정처분만 받았다.
대학생 현장실습제도의 문제가 지적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 1월 22일 정부는 대학생현장실습제도에 대해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생 현장실습생인 그들이 학습이라는 핑계로 노동력을 갈취당하고 권리를 빼앗기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학이 학생들을 파견하는 업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권리를 빼앗김으로 목숨을 빼앗기는 현실을 이제는 바꿔나가야 한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체에 파견되어 일을 하는 저임금의 비정규직을 더 이상 만들지 말라.
열정을 이유로, 학점을 핑계로, 학습을 근거로 그들의 안전과 목숨을 빼앗지 말라.
책임져야 할 기업이 제대로 책임지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적용하라.
2020년 2월 12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