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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보도자료

[성명서] 김용균재판 1심 선고에 부쳐

By 2022.02.15No Comments

[성명서]

김용균재판 1심 선고에 부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이 사고를 당한지 3년 2개월 만에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너무나 참담한 결과였다. 재판부는 특히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의 업무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김용균의 사망에 대한 원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인정하지 않아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대표이사는 무죄, 한국서부발전 벌금 1000만원, 한국발전기술 벌금 1500만원, 그 외 모든 피고인에게 최대 1년 6개월의 징역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사실상 처벌이라고도 할 수 없는 선고를 내렸다. 너무나 분명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재판부는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져야 할, 잘못한 사람은 없다고 판결했다.
오늘의 이 선고는 우리 사회에 대해 그리고 김용균이 사망에 이르게 된 그 일터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동료, 노동자들에게 아직도 안전과 생명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하는 잔인한 선고이다.

사고 불과 며칠전에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자는 피켓을 들었던 그는 2인1조로 일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어둡고 위험한 현장에서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우리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고 이는 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때문만이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료와 가족의 죽음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는 뼈아픈 분노의 폭발이었다. 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전례없는 조사활동을 통해 사고의 발생원인을 밝혔다. 수면아래 가라앉아 있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졌고, 요원할 것 같던 중대재해처벌법이 10만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제정되었다.
아직 과제는 산적해 있지만 하나하나 진전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매일같이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지난 설날을 앞둔 1월 29일에도 삼표산업의 석재 채취현장에서 3명의 노동자가 죽어갔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법을 만들고 노동자들이 아우성을 쳐도 재판부와 사업주들의 인식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최근 한익스프레스, 한국마사회 등의 재판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사업주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아직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산업재해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부족한 문제이다.

김용균재판의 피고인인 사업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대표이사는 탄원서에서 회사 전체를 책임지는 사장으로서 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사실처럼 알려지고, 한국서부발전에 불리한 내용들만 보도되었다고 주장한다. 또 사고 관련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며, 관련 분야에 젊은이들이 진출을 주저하게 되어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협력업체 현장소장들도 사고설비는 (다른 작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고 어느 발전소나 단독으로 수행하는 작업이며, 사고의 원인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탄원서에서까지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한국서부발전은 각 하청업체 대표들과 심지어 여성경제인연합회까지 동원하여 탄원서를 제출하며 반성의 자세를 보이기보다 책임을 조금이라도 피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이래 40여년 동안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한결같았기에 우리는 하루에도 5~6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어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단순사고와 같이 개인들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으로는, 구조적으로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이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덮어주는 것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최우선되고 안전과 생명의 문제를 이해득실을 따져 계산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개정전의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이미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재판부의 법해석으로는 아무리 법을 개정하고 새로 만들어도 다 소용없는 일이다. 이런식으로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고 해도 전혀 적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터의 죽음을 막는 일에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도록 재판부가 엄정한 법적용을 하는 것은 핵심적인 고리일 것이다. 이를 위해 김용균재단은 앞으로도 2심, 결심까지 얼마가 걸리더라도 최선을 다해 대응할 것이다.

2022년 2월 10일
김용균재단

220210 김용균재판 1심선고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