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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는 산업재해‧살인입니다

By 2020.04.30 No Comments
[성명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사고는 산업재해‧살인입니다

– 싼 재료, 짧은 공기, 다단계하청, 책임없는 원청

산재노동자를 추모하는 날을 막 하루 지난 4월 29일. 38명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공사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은 “다치지않고 죽지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절”을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추모합니다. 중경상을 입어 치료를 받는 노동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누구보다 아프고 힘든 피해노동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2008년에도 우리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로 40명의 노동자를 떠나보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화재사고가 날 때마다 제기했던 문제가 이번에도 또 드러나고 있습니다. 

작업장 내부가 어떠했는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당일 작업자가 78명이라는 발표는 있지만 78명만이 일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판넬을 사용했고 화재로 인해 유독가스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지하에서 대피하기엔 통로가 부족했고 9개의 하청업체로 나뉘어 들어가 작업을 했다는 것입니다. 

화재의 원인은 더 규명해야 하지만 화재사고의 찰나를 만든 원인은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값싼 재료라서, 작업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이미 샌드위치 판넬의 위험성은 씨랜드화재사건으로도 확인했고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위험한 샌드위치 판넬에 대해 사용을 규제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독가스와 화재 위험성이 있는 재료이지만 싸다는 이유로,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샌드위치 판넬과 우레탄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값싼 재료와 공사기간 단축의 후과로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좀 더 좋은 재료를 쓸 수 있고 대체재들도 있지만 기업들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책임지지 않기 위해 다단계하청구조를 이용합니다. 

재료로만 비용을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사고에서도 확인되었듯이 9개의 하청업체가 작업을 했습니다. 설비공사, 화물승강기, 수장공사, 방수공사, 판넬공사, 방수공사 등을 맡은 업체들이 들어가서 여러 작업이 실시되었습니다. 조선소에서 여러 업체들이 각자의 작업공정에 따라, 작업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혼재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이번 사고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2008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도 업체는 2천만원의 벌금만 받았습니다.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의 시공사 업체인 건우는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도 정확한 원인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물류를 주로 취급하며 성장한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를 발주한 발주처의 책임은 없다는 태도입니다. 원청은 언제나 빠져나가는 이런 구조로는 계속 사고가 날 수밖에 없고 하도급구조는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청이 산재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법과 제도가 있습니다.

원청은 사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법과 제도도 문제입니다. 가장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업체이지만 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산재사고가 나면 말단 담당직원, 하청업체 직원, 현장직원만 처벌을 받습니다. 원청업체가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원청업체가, 기업주가, 관리책임이 있는 공공기관의 책임자가 책임지게 해야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산재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공공기관의 책임을, 기업소유자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있었습니다.

안전관리공단에서는 시공사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했을 때 6차례에 걸쳐 화재위험의 문제에 대해 경고했고 조건부적정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미 산재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 예고를 한 것입니다. 정부는 2008년 화재참사 이후에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고 그것을 현실화하도록 노력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같은 서류작업만 더한 채,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고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산재는 살인입니다. 그러나 막을 수 있는 살인입니다.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분향소가 이천지역의 한 공간에 마련되었습니다. 애도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위해 분향소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재피해가족들이 안정적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사고과정과 이후 진행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안내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피해가족들이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해서 시공무원과 경찰들에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개별적으로 묻고 확인하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어지고 책임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천지역에만 물류창고가 170여개 있습니다.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또 다시 이런 사고가 없다는 보장을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일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합니다. 노동자의 목숨이 비용보다 중요시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피해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2020년 4월 30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