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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첫 날, 우리는 고 김용균을 떠올립니다!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김용균법이 필요하다!

 

죽인 노동자를 살릴 방법을 담은 산안법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할 수 있는 산안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 2018년 12월 10일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가 있고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노동자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에서는 환경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소위를 열었고 노동자들은 기존의 산안법으로는 사망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산안법 전부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인 대한민국은 OECD 가입국 중 산재사망률 1위라는 어두움을 언제나 달고 있었고, 국민들은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고 하청으로 도급으로 위험이 증폭되는 실태를 바꿔내자고 촉구했다.

국민들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이 국회에서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촉구했던 이유였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법이었다.

 

그러나 개정 산안법이 적용되는 발전소를 떠올려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막지 못할 것이다.

 

정부 제출안에 있던 ‘산재사망 사고를 낸 원청사용자에 대한 하한형 형사 처벌조항’은 경영계의 반대로 빠졌다. 원청이 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한 작업은 도금작업 등 몇 개만 해당되고 철도 지하철의 선로 승강장 정비, 발전소 시설관리와 유지정비, 방사선 업무 등 위험작업은 도급금지 업무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도급이 가능한 업무도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일부의 작업으로만 한정되었고 예외조항이 있어서 도급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이런 조건에서 김용균 노동자가 살아있었다면, 다시 그런 사고를 당할 수 있는 하청노동자로 일을 해야 한다. 김용균도 그 동료들도, 조선소하청노동자도 구의역김군도 위험한 작업현장에 대해 개선권한은 없이 원청의 작업지시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

 

도급을 금지하라는 것은 직접고용 정규직을 하라는 것이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하다는 게 정부입장이다. 도급을 금지하라는 것은 그만큼 도급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사업주의 이윤을 저울질하고 있다.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위험업무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안에 대해서 정부는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지금보다 비용도 덜 들고 업무 위험도 감소하는데 무엇이 무리인가. 공공기관인 발전소에서조차 정부는 노동자의 생명과 민영화된 기업의 이익을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개정산안법에는 재해 발생시 추가재해를 막기 위한 작업중지범위가 축소되었고 졸속적 처리가능성이 늘었다.

기존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전면작업중지를 원칙으로 해왔는데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제기에 해당작업이나 동일작업만 중지하는 것으로 개악했다.

현장에는 다양한 유해 위험요인들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산업재해가 발생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사고조사과정을 거친다. 전면작업중지를 하고 현장전체를 둘러보고 동료들을 만나고 사측을 조사하고 고용구조, 작업환경, 직장문화, 업무지시, 작업공정 등을 분석한다.

그런데 개정산안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한 복합적 이유를 무시하고 있다. 작업자의 실수, 펜스 등의 물리적 작업환경을 산업재해의 이유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작업중지 후 작업재개를 규정한 조항도 개악되었다.

지난 2019년 4월, 개정산안법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에 대해 노동부는 “작업중지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의 개선내용이 적정한지 확인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해제하는 것이 원칙이고 작업중지로 인한 사업장 부담을 고려하여 가능한 빨리 심의위를 개최토록 할 계획이며, 가능하다면 주말 휴일에도 심의위는 개최할 수 있을 것임. 다만, 경영계의 요구와 같이 1일 내에 작업중지 해제 결정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부실 심의의 우려가 있어 심의위 구성 및 개선사항 미비 시 보완 등을 고려하여 4일 이내가 적정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해명기사를 냈다. 결국 시행령을 만들 때 작업중지해제는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말과 휴일을 포함하여 4일 이내에 결정짓도록 했다.

휴일과 주말 포함한 4일 이내에 심의위를 구성하고 사고조사내용 확인, 사고원인 분석과 개선책 마련의 타당성, 개선책이 시행되었는지 확인, 현장노동자의 의견반영 등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제 1월 16일.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김용균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했으나 개정산안법은 또 다른 김용균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시행된다.

더 이상 죽고싶지 않다던 김용균의 동료들은 여전히 위험한 일터에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챙겨가며 일을 하고 있다. 산안법이 막지 못한 사고와 질병, 죽음을 찾아내고 산안법이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죽음의 구조를 막아낼 수 있도록 산안법 재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이 처벌받도록 요구할 것이다.

김용균노동자가 포함된 김용균법을 만들어낼 것이다.

 

2020년 1월 16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20200116_개정산안법시행날_성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