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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일하다 죽지 않게, 내 동료 차별받지 않게
= 전태일과 김용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약속과 다짐 =

49년 전 청년노동자 전태일은 노동청과 서울시와 청와대를 찾아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시와 탄압뿐이었습니다. 그는 허울뿐인 근로기준법 책자와 자신의 몸에 불을 놓았습니다.

48년 후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은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사업주 처벌하고, 비정규직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라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운동에 함께 했습니다. 그의 몸은 이윤만을 위해 도는 무자비한 자본의 컨베어벨트에 말려 처참하게 잘려나갔습니다.

취임사에서, 재벌개혁, 비정규직 문제 해결, 차별없는 세상,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는 사회 각 부문의 적폐청산에 눈감고 촛불혁명의 염원을 배신하고 친재벌, 노동개악의 길로 가며 다시 수구보수-재벌특권 동맹의 따뜻한 숙주가 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전교조는 법외노조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단축, ILO핵심협약 비준, 노동3권 보장이라는 노동존중 정책은 쓰레기통에 버려졌습니다.

김용균과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산업안전보건법은 시행령으로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제정되지 않고,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톨케이트 비정규직들의 직접고용은 부정되었으며, 고공에 오른 노동자들은 여전히 외면 받고 있는 게 문재인 정부 3년의 추악한 현실입니다.

그렇게, 다시 기울어가는 대한민국의 위험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다시 창궐하는 정경유착 특권동맹, 보수자본동맹에 맞서 1100만 비정규직과 결합한 사회적 투쟁이 시급합니다. 12월 7일, 청년 비정규직 김용균의 1주기는 추모의 대회가 아닌 분노의 대회가 되어야 합니다.

주체와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뿐인 개혁놀음, 총선놀음을 심판하고 진정한 사회개혁의 커다란 등불로 촛불시민들이 다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우리만 죽거나 차별당하며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고, 우리 모두가 다시 진정한 사회개혁과 혁명의 주인이 되어 광장으로 나서는 날이어야 합니다.

1100만 비정규직 없는 세상, 모든 특권과 차별이 철폐되는 세상, 그 세상은 우리 모두의 직접민주주의로만 가능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이명박근혜와 이재용을 감옥에 가둔 광장의 힘으로, 다시 좌초되어가는 우리 모두의 어두운 내일을 우리 모두의 힘으로 다시 환하게 밝혀 나가야 합니다. 작지만 거대한 촛불의 시작, 12월 7일 우리가 들겠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개척해 가겠습니다.

2019년 11월 13일
전태일에서 김용균으로 행진 참가단 일동